[투자 마인드 - A] 영국은행을 무너뜨린 투기꾼, 투자자 조지 소로스
영국은행을 무너뜨린 전설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에 대해 알아봅니다.
Summary
• 소로스는 포퍼의 열린 사회 개념을 통해 현실과 인식 간 오류 발생이 필연적이며, 이로 인해 불황-호황 사이클이 나타난다고 봤습니다.
• 버핏이 기업의 가치라는 현실에 대비하는 투자자였다면, 소로스는 인간 심리가 나타나는 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투자자였습니다.
• 1992년 파운드 공매도 사건으로 영국은행을 무너뜨린 투자자로 유명해진 사건은 그의 투자 철학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목차
1. 인간에 대해 고민했던 투자자
2. 버핏은 현실을, 소로스는 인간에 집중했다.
3. 영국 은행을 무너뜨린 소로스의 투자관
투자 대가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충실한 자본주의자보다는 되려 철학자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그들의 현명함에서 비롯됩니다. 그들은 본인만의 주관이 있으면서 자본주의를 무작정 추앙하거나 신봉하지 않습니다. 되려 자본주의를 추앙하는 자들이 놓치는 도덕성과 윤리를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함이라고 봅니다. 시스템의 룰이 깨지면 그들이 세운 규칙과 기준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소로스는 철학자이자, 지속가능한 원리를 발견해 효율적인 트레이딩을 한 투자자였습니다.
소로스의 투자관은 버핏과는 상반되었고 리버모어와 오히려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되려 현대 투자, 특히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쩌면 소로스의 투자관이 훨씬 매력적이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부터 소로스의 그 길을 알아보겠습니다.
1. 인간에 대해 고민했던 투자자
소로스의 투자 철학에서는 가장 중요한 칼 포퍼의 열린 사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런던정경대(LSE)에서 공부하던 시절 철학자 칼 포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포퍼는 열린 사회(Open Society) 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 사회를 설명했습니다.
그의 핵심 생각은 단순합니다.
인간은 절대적인 진리에 도달할 수 없으며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지식 역시 항상 오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해보갰습니다.
포퍼는 사회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절대적 진리를 믿는 '닫힌 사회', 그리고 그러한 절대적 진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열린 사회'입니다.
포퍼는 이 열린 사회에서 진리는 없기 때문에 누구나 오류를 가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비판하고, 제도를 수정하고 사회는 그렇게 오류를 수정함으로써 변화하고 발전한다고 봤습니다.
이러한 포퍼의 철학이 돈을 버는 투자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바로 오류를 가질 수 있다라는 큰 전제가 소로스의 투자관에서 매우 중요한 출발점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소로스는 먼저 왜 이러한 오류가 발생할까부터 접근했습니다.
여기서 '오류성'이라는 개념이 첫번째로 등장합니다.
오류성이 발생하는 원인은 간단합니다. 현실에 나타나는 정보를 우리 뇌가 처리를 할 때 굉장히 짧고 압축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정보의 인지 단계에서 왜곡되게 처리해 오류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발생한 오류는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현실이 다시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재귀성'이라고 부릅니다.
재귀성은 현실이 인간의 인식을 만들고, 그 인식이 인간의 행동을 만들며, 그 행동이 다시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소로스는 현실과 인간 간에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피드백 고리'로 설명합니다. 피드백 고리 종류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부정적 피드백이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 피드백입니다.
부정적 피드백은 현실에 대해 인간이 부정적인 관점으로 인지하고 그것이 현실에 부정적인 것으로 반영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실과 인간 간에 왜곡과 오류는 줄어들게 됩니다. 비판과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는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균형상태에 도달하게 합니다.
투자로 연결지어보면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매도하기 시작하고 가격은 다시 하락합니다. 이 과정은 시장이 균형 상태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자기 수정 과정입니다.
긍정적 피드백은 인간이 현실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인식하는 왜곡 현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 인간 간에 왜곡과 오류는 증가하게 됩니다. 비판과 사고 대신 낙관이 지배해 현실을 보다 더 좋게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정적 피드백 고리보다 긍정적 피드백 고리가 투자에서는 특히 더 위험합니다. 흔히 말하는 버블 현상이 바로 이 긍정적 피드백 고리의 원리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상승해 낙관론이 확산되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그렇게 올라간 가격은 현실과 괴리가 커지게 되고, 어느새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가격이 내려앉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느 순간 시장은 비현실적인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그 상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때 급격한 붕괴가 발생합니다. 소로스는 이를 동태적 불균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금융시장의 사이클은 단순한 경제적 현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심리의 사이클입니다.
자연의 법칙은 비교적 명확하고 일정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인간의 불확실성이 시장이라는 자연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 역시 인간 심리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결국 투자에서 나타나는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은 경제의 사이클이라기보다는 인간 심리의 사이클에 더 가깝습니다.
2. 버핏은 현실을, 소로스는 인간에 집중했다.
워렌 버핏 같은 장기적 관점의 가치 투자자 유형과 제시 리버모어 같은 단기적 관점의 트레이딩 유형의 투자자가 있습니다.
버핏은 시장을 기업 가치가 결국 반영되는 공간으로 보았습니다.
시장의 가격은 때때로 비합리적으로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기업의 내재 가치에 수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시장의 단기적인 움직임이나 투자자들의 감정 변화에 크게 대응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대비라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좋은 기업을 찾고,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시장의 감정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기업의 경쟁력과 비즈니스 모델은 비교적 분석 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버핏의 관점에서 투자란 결국 현실을 분석하는 일입니다. 기업이 실제로 얼마의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그 비즈니스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많은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투자에서 시장을 예측하려 하기보다 좋은 기업을 오래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반면 소로스의 관점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시장을 단순히 기업 가치가 반영되는 장소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시장을 인간의 인식과 감정이 만들어내는 시스템으로 보았습니다. 즉 시장은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인간의 기대와 감정이 현실 자체를 변화시키는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그에게 시장은 기업 가치만으로 설명되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 심리와 기대가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투자 방식은 버핏과 달리 대응 중심의 투자였습니다.
버핏이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기반으로 대비하는 투자자였다면,
소로스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흐름에 대응하는 투자자였습니다.
그는 시장이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흐름이 강화되는 구조를 읽고 그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이 끝나기 시작하면 빠르게 포지션을 정리했습니다.
이 점에서 소로스의 투자 방식은 버핏보다는 제시 리버모어와 유사한 것입니다. 리버모어 역시 시장의 방향과 흐름을 읽으며 인간의 공포와 탐욕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활용하는 투자자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이 바로 손실을 빠르게 인정하는 능력이었다는 점입니다. 소로스는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맞고 틀리는 것이 아니라 틀렸을 때 얼마나 빠르게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시장이 인간 심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보다는 대응이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과도 연결됩니다. 결국 버핏과 소로스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버핏은 현실을 분석하는 투자자였습니다.
그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이해하려 했고 장기적인 경제적 현실을 기준으로 투자했습니다.
반면 소로스는 인간의 인식을 분석하는 투자자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기대를 형성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즉 버핏이 현실을 중심으로 투자했다면 소로스는 현실을 바라보는 인간의 감정과 인식을 중심으로 투자했습니다.
이 두 방식은 서로 완전히 다른 접근처럼 보이지만 사실 투자라는 동일한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다른 시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투자자는 현실을 분석하고
어떤 투자자는 인간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금융시장은 바로 그 두 요소가 만나 만들어지는 공간입니다.
3. 영국 은행을 무너뜨린 소로스의 투자관
지금까지 열심히 소로스의 투자 철학을 살펴봤습니다.
지금부터는 그의 철학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992년 유럽 금융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Black Wednesday, 이른바 검은 수요일 사건입니다.
당시 영국은 유럽 환율 메커니즘(ERM) 이라는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이 제도는 유럽 국가들의 환율을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각국의 통화가 지나치게 변동하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개입해 환율을 관리하는 구조였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영국 경제는 경기 침체 국면에 있었고 금리는 높았으며 경제 체력은 약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운드화는 ERM 규칙 때문에 강한 환율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즉 경제 현실과 환율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상태였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 상황을 보면서도 크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은행이 환율을 방어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로스의 관점은 달랐습니다.
그는 시장을 단순히 정책이나 제도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장은 인간의 인식과 기대가 만들어내는 구조이며, 그 기대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스템 자체를 압도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소로스는 영국 정부가 환율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더라도 경제 현실이 그것을 지탱할 수 없는 구조라고 판단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했던 현실과 인식 사이의 괴리, 즉 재귀성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파운드의 약세를 인식하기 시작하면
그 인식이 매도로 이어지고
그 매도가 환율 하락을 만들며
그 하락이 다시 더 큰 매도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바로 긍정적 피드백 고리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 구조가 만들어지는 순간 시장은 더 이상 균형 상태에 머무르지 못합니다.
소로스는 바로 이 구조를 읽었습니다.
그는 파운드화가 결국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고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했습니다.
당시 그의 포지션 규모는 약 1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영국 중앙은행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외환을 투입하며 파운드를 매수했습니다.
또한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며 시장을 안정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은 이미 바뀌어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의 인식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인식이 만들어낸 매도 압력은 결국 중앙은행의 개입을 넘어섰습니다.
결국 영국 정부는 ERM에서 탈퇴하게 되었고 파운드는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소로스는 약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영국은행을 무너뜨린 남자”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투기적 공격이 아니었습니다.
소로스는 단순히 통화를 공매도한 것이 아니라 현실과 시장 인식 사이의 괴리에 베팅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시장이 항상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기대와 인식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왜곡이 극단적으로 커질 때시장에는 거대한 기회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로스의 투자 철학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그는 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현실과 인간 인식 사이의 불균형이 확대되는 순간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불균형이 결국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에 큰 베팅을 하는 투자자였습니다.
결국 소로스의 투자는 단순한 트레이딩이 아니라 인간 심리와 시장 구조를 이해하는 철학적 투자였습니다.
조지 소로스를 단순히 투기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의 투자는 단순한 트레이딩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과 시장 구조에 대한 철학적 이해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시장이 항상 합리적이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인식이 현실을 왜곡하고 그 왜곡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소로스의 투자는 한 가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시장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들이 믿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
그리고 바로 그 질문 속에서 그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투자 중 일부를 만들어냈습니다.